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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는 이 기분나쁜 포스터 만큼 찝찝하다.

등장인물은 전직 용접공 모스, 살인마 안톤 쉬거,
그리고 그를 잡으려 하는 보안관...
이렇게 세명이다.

어느날 우연히 사슴 사냥을 하던 모스는
멕시코 국경부근에서 마약거래를 하다 싸움이 벌어져
도중에 나가리된 거래대금 2백만 달라가 든 가방을 발견하게된다.

하지만 그 돈은 냉혈 살인마 안톤 쉬거에 연관되있던돈.
현장에 트럭을 놔두고 왔기때문에 곧 깽들이 쳐들어올걸 감지한 모스는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처가로 피신시키고 자신도 집을 떠난다.

하지만 그 돈가방에는 위치추적기가 달려있고
살인마 쉬거는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여가며 그 돈가방을 향해간다.

여기까지 보면 도망자 모스와 그를 쫒는 악당 쉬거
다시 그를 쫒는 보안관 사이에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도망자풍의 스릴이 기대될만도 하지만
영화의 포커스는 그런 서스펜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모스가 죽는 장면은 요약되듯이 넘어가고
모스랑 쉬거사이의 두뇌싸움도 두드러지지 않으며
쉬거의 영화에서의 마지막 등장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절뚝거리며 사라지는 장면이다.

이영화의 열쇠는 쉬거라는 등장인물에 있다.
살인마 쉬거는 냉혹한 랜덤 킬러다.
그냥 확률에 따라 이사람 저사람 죽이고
그 아무도 의지하거나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면 그만이다.





쉬거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것일까 생각해본다.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나의 존재는 의미가 없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또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어릴적에 관심과 사랑이 결여된 성장환경
또는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과 큰 상처..
이유야 어찌됐던 전혀 남과 교류가 없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에게 돈은 그냥 연명하기 위한 수단일뿐이고
죽을수 없는 이 세상 이렇게 버티다가 가는게 최선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그러면 쉬거는 왜 살까.
아무리 살인마라고 해도 저녁에 가만히 누워있다보면
지금 내가 뭐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감각적인 쾌락이라는게 있는 이상
맛있는것 먹고 싶고, 여자도 만나고 싶고
왜 그런 악당 많지 않은가, 양쪽에 여자 데리고 다니면서 호화로운 생활하고 다니는.
그런게 아니더라도 뭐가됐든지 재밌는게 하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쉬거는 그렇지 않은데
그가 원하는것은 세상사람들이 원하는 그런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잠깐씩 왔다가 금방 가버리는 그런 허무한 것들을 거부한다.
그런것들 위에 서있자면 그것들은 금방 가라앉어 버리고
다시 다음 디딤돌을 찾아 아둥바둥 거려야한다.

그렇다. 그런 자신을 볼때마다 아주 참을수 없는 짜증이 밀려왔던 거다.
그리고 삶을 마칠때까지 그러면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던거다.
그래서 쉬거는 자신안에 있는 감정이나 욕망을 연약한것으로 치부하고 모두 몰아낸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조금이라도 유발하는것들을 말살한다.

그래 아무도 나를 해칠수 없어. 이편이 나아.
니들. 니들은 그 아무 의미도 없는것에
한평생 놀아나고 있는거야.
주유소 직원, 너는 장인소유의 주유소보고 결혼한거지?
모스의 아내, 모스는 너를 살려주겠다는 딜을 제시했을때도
너를 택하지 않고 돈을 택했어. 그 더러운 욕망을 봐.
거봐 역시 내가 맞았어.
니들 다 남들을 위하는것 처럼 보여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살고 있는거잖아.
그럴꺼면 뭐하러 같이 살어.
서로 그렇게 남들을 위한 배려속에 자신들의 욕망을 칼날처럼 숨기고 살면
그래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면서 살면 좀 위로가 되냐 등신들아.
그럴바엔 그냥 혼자 꿋꿋이 사는게 깔끔하지 않냐고.
솔직하고 비굴하지도 않고.
니들이 다 그렇게 살아도.
나만은 그런 욕망에 휘둘려 살진 않겠어.
너희들은 다 등신같아.
니들이 그런 나를 이해못한다해도 좋다.
나를 공격하려면 해라.
다 약한 너희들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서 그러는것 뿐이다.
난 나대로 살겟어.

이게 쉬거다.

반면 모스는 얼핏 그 독립심이나 추진력에서 쉬거랑 맞먹지만
쉬거와는 달리 어느정도 인간적인 욕망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가족도 있고 돈욕심도 있고 사냥도 즐긴다.

모스에게 당신 왜 사냐고 물으면 뭐라 말할까.



이해하기 복잡한 캐릭터는 오히려 쉬거라기보다 모스이다.

결단력이 있고 또 한번 결단한 이상 척척 일을 진행시키는 추진력도 좋다.
그 돈을 선택한 이상 그에 따르는 리스크도 기꺼이 질 준비가 되어있다.
잘못되면 죽을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큰돈을 얻기위해서는
어쩔수 없다는 것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떳떳하다.
자신의 욕망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그 욕망의 댓가를 치를수 있으면 누리면 되는것이고
감당하기 벅차면 안하면 되는거다.
하지만 그의 행태가 욕망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모습은 아니다.
굳이 죽어가는 마약밀매업자를 위해 1갤런의 물을
주러 현장에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우린 비록 이런 욕망의 전쟁터에 있긴 하지만
페어플레이는 하자는 마인드다.

영화 내내 두 사람이 웃는 장면이 있었는가십다.
쉬거의 웃음은 몇장면 기억이 난다.
대부분 조소 또는 자만의 웃음이었다.






가장 일상적이면서 따뜻하게 다가오는것은 세번째 인물,
보안관 에드(토미리 존스)이다.

그의 아버지는 그 험한 동네 경찰관이면서도 총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그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남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자세때문이다.

모스가 쉬거에게 살해당한 그 날 시체를 처리하고 나오는길에 현지 보안관과
하는 대화에서 희대의 악당 쉬거마저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볼수 있다.

- 그놈은 끔찍한 살인광이요
" 미친놈 같지는 않아요"

- 그럼 뭐라고 생각한단말이요
" 글쎄요. 이따금.....   유령(ghost)같은 놈이란 생각이 들어요
... 뭔가 뒤틀린 놈이죠"

무작정 미친놈이고 치부하기 보다 어떻게 해서
우리 사회가 그런 미치광이를 만들어냈는가
우리 마음속에도 어느정도 있을 그 부정적 측면이
어쩌다가 그렇게 극대화되서 하나의 순수악(pure evil)이 되었는가
정작 그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것일까
얼마나 괴로울것인가..

영화는 이런것들을 생각하는 에드의 모습을 무언의 연기를 통해 보여준다.
쉬거가 떠난 모스의 집에서 쉬거가 마셨던 우유를 마시면서
쉬거가 보았던 그 창밖의 태양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가 단지 쉬거를 우리와는 전혀 다른 놈,
어디선지 모르게 갑자기 태어난놈으로 보기보단
비록 그런 극단적인 정신세계가 쉬거라는 인격을 통해
발현되긴했지만, 우리 마음속에도 조금이나마 그와 비슷한
감정이 있음을 시인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여러차례에 거친 에드의 대화에 드러난다.
자신에게 총을 쏴 불구로 만든 범죄자가 앙골라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또 만약 만나게 되면 어찌하려고 했느냐고 묻는 에드에게, 삼촌은
다음의 명대사를 날린다.

"니가 그 옛날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그 시간에
더 많은 것들이 저 문밖으로 나가버리는 거라구"

하지만 곧 이어, 인디언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친척의 얘기를 하면서
그러한 포용과 이해심이 어떻게 이 세상의 소통단절과 이기주의로
도전을 받는지 얘기한다.

결국 그런 차가운 세계이지만은, 포용의 눈으로 세상을 대하려 하는 "노인"은 계속해서 설자리를 잃고
눈앞에 보이는 이익, 욕구에 얽매이는 철없는 "젊은이들"의 광기는 비록 그른형태지만 이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삼촌은 희망을 잃고 남은것은 '허무'뿐이라고 얘기한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때 쉬거는 그런 세상의 부조리가 낳은
"노인"의 반격이고 '허무'의 화신이다.
그런 연유에 에드는 쉬거를 전혀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영화 포스터에 있는것 처럼 쉬거는 조용히 우리네 세계를 바라보면서
의미없이 아둥바둥거리는 현대인 (돈가방과 총을 들고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스!)을
냉소하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의 총체이다.

영화는 에드가 간호사에게 하는 꿈이야기로 돌연 끝이난다.

    우리 둘다 옛날에 있는것 같은데
    내가 말 안장에 타고 밤에 산속을 가고 있는거야.
    산속에서 이쪽으로 가고 있는데
    춥고 눈도 쌓였어.
    아버지는 나를 지나쳐서 계속 가셨어.
    아무말 없이 그냥 과거를 타고 가셨던거지.
    담요로 둘러싸고 고개를 숙이고 계셨어.
    아버지가 나를 지나치실때 봤는데,
    뿔속에 불을 가지고 계셨어.
    옛사람들이 하던 방식대로 말야.
    그 안에 있는 불빝을 보고 알았지.
    달같은 색깔이었어.
    꿈속에서 알고 있었어
    아버지가 앞서 가고 계신다는 것을
    그리고 어둡고 추운 저쪽에 불을 피우려고 하신다는 것을 말야
    내가 거기 갈때마다 아버지가 거기 계셨어.
    그리고 잠이 깼어.

에드의 아버지는 그런 아무 의미도 없을수 있는 이 허무한 이 세계에서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걸 소중히 간직하려했다.
에드가 추위에 무너져 내리려할때마다 아버지는 거기에 서서
에드를 끊임없이 일으켜 세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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