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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의 시

★★★★ 이창동 영화의 최고봉.

STAFF 감독, 각본ㆍ이창동 | 촬영ㆍ김현석 | 조명ㆍ김바다 | 미술ㆍ신점희
CAST 미자ㆍ윤정희 | 기범 아버지ㆍ안내상 | 강 노인ㆍ김희라
DETAIL 러닝타임ㆍ139분 | 관람등급ㆍ15세 관람가 | 홈페이지 www.poetry2010.co.kr

WHAT'S THE STORY?

이혼한 딸 대신 중학생 손자와 함께 사는 미자. 팍팍한 삶이지만 마음만은 화사한 인물이다. 꽃 장식 모자에 화려한 옷은 그녀가 놓칠 수 없는 아이템. 그런 그녀가 문화센터의 시 강좌를 듣기로 한다. 사물의 아름다움을 찾으라는 시 강좌는 미자에게 무척 어렵지만 마냥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녀에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 후 아름다움을 찾는 길이 버겁게 다가온다.

PREVIEW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보노라면 어느 순간 종교적 체험을 하게 되는 찰나와 마주치게 된다. 가령 <밀양>(2007)의 마지막 장면이 그렇다. 자살을 기도한 신애가 집으로 돌아와 거울에 비친, 영정 사진 같은 자신을 보며 머리를 자르는 장면에는 종교적인 엄숙함이 깃들어 있다. 종교란 무엇인가? 그것은 생과 사의 경계를 넘는 구도의 길 아닌가. 그래서 마침내 평안을 얻는 것 아닌가.

<시>의 마지막 장면도 그렇다. 미자의 시가 그녀의 목소리와 죽은 여학생의 목소리로 번갈아 낭송될 때, 카메라는 마치 죽은 소녀와 그 시선을 빌린 미자의 시선으로 이제까지 지나온 풍경을 차분히 훑고 지나간다. 마침내 시는 그치고 잔잔한 물소리만 화면 속에 계속 흐를 때, 삶과 죽음을 초월한 어떤 경지를 접하게 된다. 미자의 시는 죽은 소녀에 대한 진심 어린 진혼곡이었다.

때문에 시가 흐를 때 소녀의 시선으로 자살 장소와 살던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마치 혼백이 저승에 가기 직전 이승을 떠도는 것처럼. 그 순간을 위해 이창동 감독은 처음부터, 마치 하나의 세포가 모여 유기체를 이루듯이 차근차근 화면을 직조해 간다. 여기서 이창동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인물들의 연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순간을 뽑아내는 것이다. 이창동 감독은 이미지와 영상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자가 이끌고 가는 서사를 중시한다.

그런 서사의 힘이 어느 순간 폭발하면, 마치 섭씨 100도가 되면 액체가 기체로 변화하듯이, 속세를 넘어버리는 순간을 창조해낸다. 그런데 그 순간, 서사는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이미지와 서사는 더 이상 둘이 아니다. 초월은 그런 경지에 이르렀을 때 가능해진다. 이창동 감독 영화의 진정한 힘은 가장 대중적인 영화로 초월의 경지를 맛보게 한다는 데 있다.

역설적이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이창동 감독은 종교적 순간을 위해 지독히도 고통스러운 현실을 리얼하게 화면 속에 담아 보는 이를 ‘새장 속의 새’로 만들어 버린다. 나가고 싶지만 도저히 나갈 수 없는 고통스런 현실의 벽. 미자는 삶의 영광을 뒤로한 채 서서히 저물고 있다. 인생의 낙조는 화려하지 않다. 노인 회장의 병 수발은 물론 성적(性的) 수발까지 들어야 하고, 싸가지 없는 손자는 통제가 되지 않으며, 딸에게는 형편을 말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은 쉽게 쓰는 것 같은 시는 결코 써지지 않고,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기억은 점점 죽어간다. 어디에도 출구는 없다. 고통스런 현실의 늪을 벗어나는 길은 죽음뿐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계속해서 죽음을 다룬다. 그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죽은 자 때문에 살아 있는 자를 괴롭게 하는 것이다. 미자는 자신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기억이 죽는 것은 육체적 죽음의 예행연습이다.

그토록 쓰고 싶던 시를 쓰는 순간은 죽은 소녀에 대한 죄의식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이다. 소녀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한 마음의 시다. 결국 핵심은 시다. 윤간이라는 패륜적 범죄를, 시(時)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와 결합시킬 수 있는가? 이창동 감독은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몹시도 불편한 영화 <시>는 너무도 진지한 질문을 엄숙하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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