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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dyis 
7월의 일산.
서울역 쪽으로 올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경의선 기차를 타고 퇴근했다. 백마 - 일산 구간의 산책로가 이렇게 가까이 기찻길 옆에 붙어있었나.
기차와 함께 달리는 자전거와 러너들. 엉덩이가 도드라진 분홍색 츄리닝을 입은 처자들. 탄탄한 허벅지를
움찔거리며 뛰는 남자들. 나란히 걷는 노인부부들. 좁은 보폭때문에 굉장한 빠르기로 걷는 애완견들.
그리고 열차에 앉아있는 나.

퇴근 열차 안에선 차창에 비친 내 얼굴이 보이고, 시선을 조금 먼 데 두면 아름다운 여름 저녁이 보인다.
바로 앞을 보면, 피곤에 지친 얼굴이 차창에 비치지만 조금...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피곤한 내 모습은 사라지고
여유로운 저녁이 보인다. 내 눈에 비친 세상이 이 세상의 전부라면, 응당 이 시야를 조금 더 멀리 두고 내가 있는
이 시공간을 여유롭게 만들어야겠다.

돌아오는 월급날에는, 좋은 로션과 스킨을 하나 사야겠다. 그리고 좋은 청바지도 하나 장만할 생각이다.
군대 전역 후부터는 잘 꾸미고 다니질 않았다. 사람들은 잘 안믿겠지만, 정말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최대한 수수하게 보이고 싶었다. 음... 디폴트 값만으로 정갈하고 담백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주말에는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그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낸 뒤, 월요일에는 밝고 맑은 모습인 사람.
이게 참 힘들더라. 저 수수한 일상의 모습마저 나한텐 욕심이더라. 하지만... 하지만...

난 아직도 포기할 수가 없다.
나로 하여금 내 주변을 여유로운 공기로 가득 채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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